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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Food & tool Tip

소문난 맛집의 비밀이 '미원'이라고?

by lisa311 2011. 1. 1.

며칠 전 유명한 콩국수집에 콩국수 개시를 하러 갔습니다. 딱 끼니때가 아니라 그런지 손님이 많지 않더군요. 자주 갔던 집이지만, 이 집의 콩국은 먹을 때마다 적잖은 감동을 줍니다.

제가 가장 싫어하는 집이 두유에 물을 탄 듯, 우유보다도 묽은 콩국에 국수를 담가 놓고 콩국수라고 우기는 집입니다. 최소한 콩국수의 콩국이라고 우기려면 요구르트만은 못해도 동지팥죽만큼은 걸쭉해야죠.



(그러니까 이런 스타일은 절대 아닙니다. 제가 싫어하는 콩국수집들은 특이하게도 하나같이 토마토를 얹어 나오더군요. 다행히 구별하기 아주 좋습니다.^^)

이 집의 콩국수는 탄탄한 콩국에다 땅콩이 들어가 고소한 맛을 냅니다. 물론 이것뿐만이 아니라 뭔가 별미를 내는 비법이 있을텐데 그런 걸 맛 보고 알아낸다면 정말 식신의 경지겠죠. 그런데 이날 따라 특이한 광경을 보게 됐습니다. 카운터에 앉은 주인이 '뭔가'를 제대로 간수하지 못했다고 일하는 직원을 야단치고 있던 겁니다. 그 '뭔가'가 없으면 제대로 장사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인데 왜 그걸 진작 간수하지 못했느냐고 성화가 대단했죠.

그 '뭔가'는 바로 해파리였습니다. 게다가 주인은 곧이어 식재료상에 전화를 걸어 "마지막으로 물건 떼간게 언제냐(자주 이용했다는 뜻!)"고 어느 쪽의 실수인지를 확인하기까지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눈길은 그 집의 메뉴판으로 향했습니다. 불고기... 삼겹살... 아무리 봐도 해파리가 들어갈만한 메뉴는 보이지 않더군요. 여기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저와 동행인은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그 유명한 이 집 콩국맛의 비밀이 혹시 해.파.리...?

 

 


사실 소문난 맛집의 비결이라는 것은 특급 비밀에 해당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TV에 나오는 맛집 주방에서 할머니가 '파, 마늘, 당근, 쑥갓, 3년 된 묵은지...'를 되뇐다고 해서 그게 진짜 맛집의 비밀일 거라고 생각하는 순진한 분들은 없겠죠. 그런 장사 비밀은 절대 공개하지 않습니다. (맛집 프로그램 스태프에게서 들은 얘기로는 '비결이 미원'인 집도 꽤 된다는군요.)

 

이것도 오래 전 일입니다만, 부산의 한 유명한 밀면집을 지인과 함께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비빔국수와 물국수가 있었습니다. 한껏 착한 표정을 짓고 서빙하는 아주머니에게 어느 게 더 많이 나가느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대답.

"비빔은 그냥 그래요. 물국수 드세요."

작은 목소리도 아니고 큰 소리로 이렇게 대답하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그런 얘길 그렇게 크게 하셔도 괜찮아요?"
"뭐 어때요. 사장님은 낮에 안 계세요."

한번 더 놀랐습니다. 아무튼 물국수의 육수 맛은 기가 막히더군요. 닭고기 육수를 베이스로 한 듯 한데, 대추 맛도 살짝 나는 듯 하고, 계피향도 은은히 깔려 있는 듯 묘한 맛이었습니다. 이 집의 단골인 지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집 사장님은 육수의 비밀이 새나가는게 싫어 분점도 내지 않는 분이라더군요.

이 사장님은 아침 일찍 일어나 주방 문을 잠그고 혼자 들어가 육수를 배합하는 걸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답니다. 그 안에서 온갖 재료를 배합해 거대한 통 가득 육수를 채워 놓으면, 그길로 사장님은 골프장으로 간다는군요. 이 집의 영업 시간은 그 육수를 다 쓸때까지입니다. 물론 손님이 끊이지 않기 때문에 초저녁이면 육수는 바닥을 드러낸다는군요.

자, 이러니 더욱 궁금해지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인은 또 여기에 재미있는 얘기를 하나 보탰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돈다발을 싸 와서 맛의 비밀을 물어보는데도 전혀 사장님이 대꾸를 하지 않자 주위에서 비밀을 캐내려 애를 썼다는 겁니다. 이렇게 탐문 수사를 하던 사람들에게 희한한 단서가 포착됐습니다. 바로 이 사장님이 동네 약국에서 하루에 두세상자씩 뭘 샀더라는 겁니다.

바로 이거였죠.


그런데 식당 사람들은 사장님이 이 드링크를 마시거나, 누구에게 권하는 걸 본 적이 없더라는 거죠. 그렇다고 그 양의 피로회복제 드링크를 혼자 다 마셨다면 매일 밤을 새도 모자랐을 겁니다. 그럼 결론은 자연스럽게...

물론 그 드링크제를 이용해서 신비의 육수 맛을 재현하는 데 성공한 사람은 아무도 없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육수 맛,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사실 부산 지역에서 다른 밀면집에 갔다고 빛깔과 고명까지 똑같은, 그러나 맛은 천양지차인 육수를 몇번 보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맛의 비밀을 쫓다 보면 가끔 그리 유쾌하지 않은 사실에 도달하기도 합니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듯 그 비결이 '미원(다시다나 감치미는 안됩니다)'인 경우도 있고, 설렁탕 맛의 비밀이 커피크림(흔히 프림이라고 불리는)이라든가, 콜라를 넣지 않으면 돼지갈비가 되지 않는다든가, 사이다를 넣어야 고깃집 냉면 육수가 만들어진다든가 하는 것들입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미원만 빼면 나머지에 대해선 뭐라고 불만을 제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커피크림이건, 콜라건, 사이다건 이건 다 먹어도 아무 문제 없는 것들이죠. 콜라 대신 캐러멜 섞인 설탕(물)을 넣거나, 사이다 대신 설탕(물)을 넣거나 그건 별 차이가 없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뭐 고기와 뼈 우려낸 물이 아니라 커피크림으로 뽀얗게 한 국물이 사기라고 주장하는 분도 있겠지만, 사실 대부분의 설렁탕 가격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애교라고 봐도 좋을 듯 합니다.

하지만 먹으면 안되는 물건으로 장난을 친 놈들이거나, 싼 재료를 비싸게 속여 판 놈들, 그리고 다른 손님이 먹다 남긴 물건으로 고급인척 한 놈들은 주리를 틀어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가 중국 갖고 뭐라 하는 일이 잦지만 우리도 비닐 껍질로 만든 순대, 벽돌가루로 만든 고춧가루, 담배꽁초로 만든 엽차나 커피, 신문지를 태워 만든 메밀국수 등이 신문지상에 오르내린게 그리 옛날 일이 아닙니다.

게다가 최근엔 일본의 유명 식당이 18년 동안 손님들이 먹다 남긴 회를 다른 손님에게 팔았다는 기사가 나와 '일본은 선진국'이라고 굳게 믿던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수입 고기로 한우라고 속여 팔다 걸린 식당은 갯수를 세는게 의미가 없을 정돕니다.

저번에도 한번 미성년자 상대 성범죄 얘기를 하다가 솜방망이 처벌 얘기가 나왔는데, 우리나라는 대체 왜 이렇게 범죄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인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광우병으로도 말이 많은데, 식재료관련 범죄 가중처벌법이라도 만들어야 하는게 아닐까요.

 

 


p.s. 요즘 광우병, AI 여파로 돼지고기와 생선, 심지어 개고기까지 호황이라는데 쓴웃음이 나옵니다. 감자탕에 들어가는 돼지 등뼈가 공업재료로 분류돼 수입된다는 뉴스, 양식 회가 항생제 덩어리인 것을 넘어 일부 활어회집에서 수조의 이끼를 없애기 위해 물에 제초제를 탄다는 뉴스는 다들 어느새 잊어버리신 모양이더군요.

심지어 유통과정 전체가 애당초 불법이라 식품위생법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 개고기도 즐겨 드시는 분들이 쇠고기와 닭고기만 피하면 건강에 지장이 없을지도 궁금합니다. 소, 닭만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먹거리 감시 시스템에는 총체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쓰고 보니 또 곁길로 빠졌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