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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Food & secret

"명란젓에 아질산나트륨은 신비의 물질이었지"

by lisa311 2010. 3. 4.

인제에서 우연히 명태 사업자를 만났다.

15년 정도 명태 내장으로 장사를 하다가 이제는 명태 겉껍데기로 먹고 산다고 했다.

명란, 창란 장사에서 황태, 코다리 장사로 업종을 바꾸었다는 말이다.

명란젓에 대해서는 박사급이었다.

그와의 대화를 간추린다.

* 이 대화에서 발색제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아질산나트륨을 말한다.

또 가끔씩은 인공착색료를 말하기도 한다. 명란젓에 색깔을 내기 위해 들어가는 '잡물'이라 보면 된다.

 

-러시아에서 발색제 넣은 것이 들어온다는데.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선동을 하니 그럴 필요도 없을 것이고."

-그러면 발색제 안 넣었다는 명란젓이 색깔이 어찌 그리 맑을 수가 있는가.

"업체에서 안 넣을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제품 때깔이 안 나온다."

-티미하거나 약간의 갈색 정도의 것은 소비자들이 참을 수 있다.

 

"때깔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질산나트륨을 쓰지 않으려면 실온에서 보름은 숙성하여야 한다.

하루면 끝나는 일을 왜 보름씩이나 공을 들이겠는가. 그리고 그거 첨가하지 않으면 유통 기간이 짧아져

매장에 깔기 어렵다."

 

-소비자가 돈을 더 내면 될 것이 아닌가.

"나라면 안 한다. 때깔 안 나고 유통기간 짧은 명란젓을 유통업체에서 받을 리도 없다.

누가 해서 대박쳤다 하면 쫓아가면 된다. 하하"

-옛날에는 이런 거 없었을 것 아니냐.

 

"대기업이 그렇게 해놓은 것이다. **식품이니 **식품들이 젓갈 시장에 들어오면서 발색제가 번졌다.

처음엔 그들 업체들이 소규모 업체 죽인다고 발색제가 있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고 그들만 썼다. 

소규모 업체들은 그게 뭔지 몰라 난리가 났었었다. 때깔 죽이는데다 생산기간을 단축시켜줘, 게다가

유통기간까지 늘어나니 업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신비의 물질이었다. 식품공전에 올리기 위해 무지 로비를

하였을 것이다."

-요즘은 다 일본식으로 하더라.

 

"그거 문제이다. 비린내 잡는다고 청주 넣고 그러는데 좋은 방법이 아니다. 

우리의 전통적인 비린내 제거법이 있다."

-뭔 방법인가.

"음... 하여간 있다. 전통적인 명란젓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맛도 있다.

문제는 소비자가 이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유통구조상 그런 제조설비를 갖추고 덤비자면

안정적인 유통 라인이 있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그놈들을 어떻게 믿느냐. 오늘 계약하고 내일 등돌릴 놈들이다. 내가 해놓고 인기 있으면 아마 대기업 쑤셔 그거 만들어 장사하자 할 것이다."

대화 막바지에 명란젓 업체 전화번호를 하나 주었다.

 

"여기 전화해봐라. 전통 있는 명란젓 제조업체인데 자사 브랜드는 약하고 웬만한 업체의 것은 오아엠으로

다 낸다. 우리나라 식품산업의 실정이 이렇다."

 

정리를 하자면 이렇다.

우리가 첨가물 없는 명란젓을 먹자면 지금의 식품산업구조의 개혁이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정직한 생산자와 올바른 소비자만으로는 바른 먹을 거리를 확보할 수 없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인 것이다.

생협이니 유기농 매장이니 하는 일부의 폐쇄적인 유통경로는 일부 계층에게 정신적 위안은 줄 수는 있어도 식품산업구조 개혁으로까지 이끌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올바른 정치가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