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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Culture/history

윤석열 정부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by lisa311 2023. 6. 11.

2023.6.9  뉴스 타파스

 

지난 주, 윤석열 정부의 언론관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경찰이 한동훈 장관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MBC 기자를 압수수색한 사건, 그리고 검찰 기소를 이유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을 면직시킨 사건이 그것입니다. 

불과 한 주 사이에 일어난 두 사건을 두고, 마치 10여 년 전 이명박 정부 시절을 보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와요. 

이명박 정부 역시 2008년 검찰을 앞세워 MBC를 압수수색했고, KBS 정연주 사장을 해임시켰습니다. 

이 두 사건은 이명박 정부 내내 진행됐던 언론 장악의 신호탄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해요. 

 

게다가 이번 주에는 후임 방통위원장으로 이동관 대통령실 특별보좌관(특보)이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동관 특보는 다름아닌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실의 언론 정책을 총괄했던 인물이에요. 

사건 뿐 아니라 인사마저 마치 10여 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이번 주 타파스는 마치 평행이론을 보는듯한 이명박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언론 정책, 

그리고 방통위원장 내정설이 돌고 있는 이동관 특보의 과거 행보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MB정부 ‘언론 장악’은 어떻게 시작됐나 2008년 2월 출범한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 ‘광우병 파동’으로 한 차례 위기를 맞습니다. 당시 정부가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기로 결정하자, 광우병에 대한 공포와 정부에 대한 불신이 대규모 촛불시위로 번진 사건이었는데요. 당시 광우병 파동에 큰 영향을 끼쳤던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MBC PD수첩이었습니다. 

 

PD수첩은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편을 방송하며 광우병의 위험성을 알렸고, 이 보도 이후 많은 시민들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거리로 나오게 됐죠.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시간이 지나 광우병 논란이 사그라들자, 이명박 정부는 검찰을 앞세워 MBC PD수첩을 수사하기 시작합니다. 

 

▲ 사진: 2009년 뉴스데스크에서 하차하는 신경민 앵커

이후 정부는 MBC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해 ‘뉴스데스크’ 신경민 앵커가 하차하고, 엄기영 MBC 사장이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어요. 

 

광우병 파동을 겪은 이명박 정부는, 정권 강화를 위해 무엇보다 언론을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 탄압은 MBC뿐 아니라 KBS, YTN 등 언론계 전체를 향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내내 수많은 언론인이 정부의 탄압으로 펜을 놓아야 했습니다. 

 

10여 년 전 이명박 정부의 상황을 길게 설명해드린 이유는, 바로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상당히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가 광우병 파동으로 위기를 겪었던 것처럼, 윤석열 정부 역시 임기 초부터 각종 논란으로 30%대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역시 언론 통제를 통해 정권을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하는듯 합니다. 

 

경찰과 검찰을 앞세워 언론을 수사하고, 정권 눈 밖에 난 인물을 축출하는 것은 10여 년 전 이명박 정부와 정확히 일치하는 행보입니다. 또 대한민국의 언론 정책을 좌우할 수 있는 방통위원장 자리에 이동관 특보가 사실상 내정된 것 또한 

의미심장한 일입니다. 최근에는 아들의 학교폭력 관련 논란이 크게 불거지고 있지만, 

사실 이동관 특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언론 장악을 지휘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기도 해요. 

 

지금부터는 뉴스타파가 밝혀낸 이동관 특보의 ‘언론 장악’ 의혹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MB정부 ‘언론 장악 설계자’ 이동관의 귀환 이동관 특보는 이명박 정부 당시 대통령실 대변인과 홍보수석, 

언론특보를 연달아 지냈던 인물입니다.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실의 언론 정책을 총괄했던 셈이죠.

 

때문에 이동관 특보는 이명박 정부 당시부터 언론 장악의 핵심 인물이라는 의혹을 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그가 언론 장악을 지휘했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발견되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작년 4월, 이명박 정부 대통령기록물이 공개되면서 이동관 특보의 행적을 검증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뉴스타파는 당시 대통령기록물과 국가정보원 내부 안건 속에서 이동관 특보가 직접 언론 장악을 지휘했다는 

증거를 찾아냈어요. 

 

그 중 일부가 바로 2010년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작성된 문건입니다. 

당시 제주도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천안함 사건’ 관련 논의가 있었는데요. 

이명박 정부는 한중일 정상이 합의에 이르렀다며 성과를 강조한 반면, AP통신 등 

외신은 “한국 정부가 중국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며 구체적 성과가 없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YTN과 MBN 등 국내 언론도 외신 보도를 인용해 기사를 냈습니다. 

 

그런데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이 기사들이 갑자기 사라지는 일이 일어났어요.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작성된 문건을 보면 이 ‘기사 삭제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습니다. 

홍보수석실은 YTN과 MBN의 부정적 보도를 확인한 후, 이 보도에 모종의 조치를 취했다고 적었습니다. 

그 조치란 바로 ‘해당 기사 비보도’, 즉 기사가 나가지 않도록 막았다는 것이었죠.

 

▲ 사진: 2010년 청와대 홍보수석실에서 작성한 문서. YTN와 MBN의 보도를 ‘비보도 조치’ 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다시 말해 대통령실이 나서서 직접 불리한 보도를 막았다는 것입니다. 정부의 언론 통제 사실을 명백히 보여주는 자료인 셈이죠. 그리고 이 문건을 만든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책임자가 바로 이동관 당시 홍보수석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동관 특보는 국가정보원에 언론 장악을 지시하고, 자세한 방안과 수순을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사진: 2009년 국정원이 홍보수석실 요청으로 작성한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 문서

 

2009년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라디오 시사프로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이라는 문서인데요.

 이 문서에는 당시 라디오 시사프로 진행자와 패널들을 ‘좌편향’으로 낙인찍고, 

해당 인물들을 퇴출시키거나 아예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방안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문서가 국정원 스스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이 문서에는 청와대 홍보수석 요청으로 만들어졌다는 내용이 분명하게 명시돼 있었습니다. 

즉 이동관 당시 홍보수석이 국정원에 ‘언론 장악’ 방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했고, 

국정원은 이 지시에 따라 문서를 작성해 이동관 수석에게 보고한 것이죠. 

이동관 특보가 당시 국정원까지 동원해 언론 장악에 앞장섰다는 증거인 셈입니다. 

 

이처럼 이동관 특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누구보다 앞장서서 언론을 통제하고 장악하려 했던 인물입니다. 

과연 이런 인물이 우리나라의 언론 정책을 좌우하는 방통위원장 자리에 적합할까요? 

언론 장악은 ‘자유’ 가치 부정하는 일 집권 2년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는 답답한 상황입니다. 

지지율은 여전히 30%대에 머물러 있고, 딱히 반등할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죠. 

정부의 파트너가 되어야 할 국회는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협조가 쉽지 않습니다. 

 

또 내년 4월 열리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당의 승리 역시 불확실한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서 언론을 장악하는 것은 언뜻 ‘쉬운’ 해결책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비판적인 언론은 탄압하고, 정권 친화적인 언론은 키워주면서 언론을 정권의 홍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 

 

정부 입장에서 볼 때 아주 매력적인 선택지일지 모르지만, 이는 결국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는 일입니다. 

윤 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하는, 우리 국민들이 지난 몇십 년간 쌓아올린 자유라는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죠. 

10년 전 이명박 정부의 탄압으로 해직된 언론인들은 서로 뭉쳐 뉴스타파를 만들었습니다. 

 

언론을 완전히 장악한다는 것은 해서도 안 되는 일이지만, 

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는 윤석열 정부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