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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Wellbeing food

숙취에 좋은음식

by lisa311 2009. 12. 6.

하던 짙푸른 잎들을 다 쏟아내고 을씨년스럽게 가지를 늘어뜨린 가로수와 달랑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면 쓸쓸하기도 하고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연말이 되면 꼬리표처럼 따라오는 연례행사, 바야흐로 술 좀 마셔줘야 하는 모임 시즌이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한잔 술에 여러 가지 의미를 담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거예요. 그러나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세 잔이 되는 일이 일상다반사로 일어나는 시기이니 정신 바짝 차리고 몸부터 챙겨야 할 때이기도 합니다. 술은 적당히, 마신 후에는 든든한 해장음식으로 컨디션을 회복해 즐거운 연말 보내봅시다.

이미경 (한식, 사찰요리연구가) http://blog.naver.com/poutian

'숙취'는 전날 먹은 술로 인한 부작용입니다. 해독을 담당하는 간의 기능이 떨어져 컨디션이 극도로 나빠지게 되므로 몸은 괴롭고, 모든 의욕을 상실하게 됩니다. 숙취를 없애려면 술독을 해독해야겠지요. 시원한 국물요리에 주로 이용되고 있는 해장 재료로 만든 해장음식을 소개합니다.

술독을 풀어주는 효자 식재료, 콩나물

 

겨울이 되면 방 한쪽에 콩나물시루를 놓고 콩을 넣어 싹을 틔운 다음, 며칠 동안 오며 가며 물을 주면 ‘콩나물 크듯’이라는 말이 딱 맞게 콩나물이 쑥쑥 자라 있었습니다. 아침에는 콩나물국에 콩나물 무침, 또 저녁에는 콩나물밥에 콩나물 김치찌개로 겨울 밥상에 콩나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곤 했지요. 추운 겨울에 생채소를 섭취하기 어려웠던 옛날에 콩나물은 비타민을 섭취할 수 있는 귀한 재료였을 겁니다. 요즘처럼 마트에 가면 일 년 내내 산처럼 쌓여 있는 흔해빠진 콩나물이 아니었을 거예요. 흔해빠졌다는 이유로 콩나물을 얕잡아 보아서는 안 됩니다. 콩나물은 자라면서 콩에는 없던 비타민 C가 생성되고, 피로 회복과 숙취에 효과적인 아스파라긴산과 비타민 B1이 많아집니다. 알코올의 분해를 돕는 아스파라긴산은 보기에 나쁘다고 툭툭 잘라 버리는 콩나물 뿌리에 가장 많다고 하지요. 숙취음료에 사용되는 바로 그 성분이에요.

콩나물을 요리할 때는 특유의 비린내가 나지 않도록 조리해야 합니다. 콩나물을 넣어 익힐 때 온도가 변하면 비린내가 나거든요. 뚜껑을 덮고 익힐 때는 다 익지 않은 상태에서 뚜껑을 열면 온도가 내려가면서 비린내가 날수 있으니 익히는 중간에 뚜껑을 열지 말아야 합니다. 멸치국물을 내어 콩나물을 넣어 끓인 다음 소금으로 간을 하면 가장 친근한 해장국이 만들어집니다. 미리 소금을 넣으면 콩나물이 질겨지고 맛이 없으므로 꼭 콩나물을 다 끓인 후에 소금 간을 해야 하고요, 파, 마늘은 먹기 직전에 넣어 살짝 끓여 먹어야 향과 맛을 살릴 수 있어요.

 

 

 

 

 

숙취에 효과적인 콩나물김치국

 

 

콩나물의 명성을 넘보는 북어

 

방망이로 통북어를 자근자근 두드리는 소리. 언제 들어도 정겹습니다. 통북어를 두드려 잘게 찢은 북어살은 아버지들에게는 고마운 해장국이었고, 인내를 미덕으로 삼았던 어머니들에게는 스트레스 해소법이었을 거예요.

북어는 말린 명태의 다른 이름인데요. 명태는 말리면 북어, 얼리면 동태, 꾸덕꾸덕하게 반 건조하면 코다리, 새끼는 노가리라고 불러요. 겨울철 보양식으로 간을 보호하고 피로를 풀어 주는 효과가 큰 북어는 숙취에 좋은 대표 음식입니다.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나는 이유는 지방함량이 낮기 때문이에요. 또 간을 보호해 주는 메티오닌, 리신, 트립토판 등의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속을 푸는데 효과적입니다. 매섭게 추운 겨울 대관령에서 얼리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한 황태는 단백질 함량이 2배로 증가하여 술독을 풀어 주는데 탁월합니다. 황태는 콩나물을 넣어 끓여 먹으면 더욱 효과적이에요. 그리고 북어의 머리나 껍질을 버리지 말고 무와 함께 넣어 끓이면 시원한 국물을 낼 수 있어요. 미리 낸 국물에 북엇살을 넣어 끓이다가 두부와 달걀을 넣으면 해장국 한 그릇이 맛있게 만들어져요. 그냥 북엇살만 끓일 때 보다 훨씬 맛있으니 따라해 보세요.

 

 

 

 

 

 

 

담백하고 시원한 맛의 북어국

아미노산이 풍부한 조개

 

어릴 적 새벽녘이면 재첩국을 끓여 머리에 이고 다니면서 "재첩 사이소~!" 하고 외치던 아주머니 목소리에 잠을 깨곤 했습니다. 전날 아버지가 술 한 잔 하신 날이면 어머니는 어김없이 재첩국을 사기 위해 큼지막한 대접을 들고 나가셨습니다. 평소에 국물요리를 좋아하시지 않는 아버지도 그날만큼은 재첩국 한 그릇을 꼭 드시고 출근을 하셨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조개 역시 기특한 해장국입니다. 제철 맞은 겨울이 되면 쫄깃쫄깃하고 더 감칠맛이 나요. 그런데 조개는 종류가 다양하지요. 바지락조개, 모시조개, 대합조개, 피조개, 새조개, 백합 등등. 약간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합니다. 그 중에서도 이름 앞에 '섬진강'이란 지명이 붙어야 명품 식재료로 취급 받는 재첩은 아미노산과 호박산은 물론 비타민 B12가 육류나 간과 맞먹을 정도로 풍부하여 간을 해독하는데 효과적입니다. 바닷물과 비슷한 짠맛을 지닌 소금물에 조개를 담가 해감을 한 후(물 1리터에 소금 1큰술 정도 ) 찬물에 넣어 끓인 조개탕에는 부추를 썰어 넣으면 비타민 A가 보충되어 궁합이 잘 맞습니다. 조개탕을 끓일 때는 따로 국물을 뽑지 않아도 시원한 맛이 나고 끓으면 거품이 생기니 중간 중간 떠오르는 불순물을 떠내줘야 맑고 깔끔한 맛이 나요. 또 쉽게 끓어 넘치므로 불조절을 잘 해야 합니다.

 

 

 

 

 

간을 해독하는데 효과적인 재첩국

맛과 영양이란 두 마리 토끼를 꽉 쥐고 있는 복덩이 생선, 복어

 

시인 소동파는 '이 맛은 사람이 한번 죽는 것과 맞바꿀 수 있는 맛'이라고 한 생선을 예찬했습니다.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맛, 바로 복어입니다. 복어가 맛있다는 것이야 누구나 알지요. 하지만 복어는 먹으려면 머뭇거려지는 생선이기도 합니다. 집에서 먹으려니 복어독이 무섭고, 음식점에서 먹으려니 어마어마한 청구서가 무섭거든요. 복어는 기름기가 적어 담백할 뿐만 아니라 양질의 아미노산과 타우린, 칼슘, 비타민 B1, B2 등이 풍부하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 줍니다. 또 알코올 분해 능력이 뛰어나므로 추천할 만한 해장 식재료입니다. 복어는 맑은 국이나 매운탕으로 즐겨 먹는데 미나리를 듬뿍 곁들이면 해독 작용과 신진대사를 더욱 촉진시킵니다. 일본에서는 히레자케라 하여 청주에 살짝 태운 복어 지느러미를 띄워 마시기도 하는데, 숙취나 악취의 원인이 되는 알데히드나 메탄올을 제거해 준다고 합니다. 

 

 

 

 

 

알코올 분해 능력이 뛰어난 복어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