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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Wellbeing food

빛과 바람이 만든 명품! 상주곳감

by lisa311 2010. 2. 15.

 

맹추위에 온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 만물의 움직임이 뜸해진 이 겨울이 더 부산스러운 도시가 있다. 가을에 수확한 감이 마르는 향기가 진동하는 경북 상주가 바로 그곳. 국내 최대의 곶감 산지로 겨울 맛 여행을 떠났다.


정겨운 감나무가 준 겨울 선물


그 옛날, 집집마다 한 그루씩 자리 잡고 있던 감나무는 한 식구처럼 정겨운 존재였다.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담장 밖까지 삐져나온 감은 엄마 품처럼 넉넉했고, 장대로 털어내면 후드득 떨어지는 감은 일 년 내내 먹을거리 부족한 이들의 소중한 간식이 되어왔다.


다양한 감 맛을 느끼고 싶다면 바로 지금이 제철이다. 잘 익은 단감은 깎아 먹고, 독에 넣어둔 말랑한 홍시는 온 가족 주전부리로 손색이 없다. 또한 매년 12월이면 겉은 곶감처럼 꾸덕꾸덕 말랐지만 속은 홍시처럼 부드러운 반건시를 맛볼 수 있다. 그뿐인가? 1월이면 하얗게 분이 오른 곶감으로 겨울밤이 즐겁다. 총천연색 맛을 뽐내는 감 중에서도 최고의 맛은 단연 곶감. 두고두고 먹어도 질리지 않는 데다 냉동 보관하면 일 년 내내 변치 않는 맛을 즐길 수 있다.


제철 과일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시절 곶감은 우는 아이도 방긋 웃게 하고 무서운 호랑이도 달아나게 했다. 게다가 감은 카로틴과 비타민 A가 풍부한 과일. 특히 곶감에는 같은 양의 감에 비해 무려 16배나 많은 비타민 A가 함유되어 있어 하루 한두 개만 먹어도 우리 몸에 필요한 비타민 양을 온전히 섭취할 수 있다. 지금, 달콤하고 쫀득한 곶감의 맛에 빠져도 좋을 때다.

 

part 1 겨우내 달콤한 향이 진동 상주 곶감


 

상주 나들목을 진입하자마자 너른 들판엔 대규모 곶감 건조장이 즐비하다. 한겨울, 거리에는 제때 사람 손길을 받지 못한 감나무들이 여태껏 주홍빛 열매를 이고 있다. 찬 서리와 눈보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달려 있는 주홍빛 감. 이 고장의 풍요로움을 말해주는 듯하다.


 

예종실록(권2, 즉위년 11월 13일)에는‘지금 곶감의 진상을 상주에 나누어 정하였다.’하는 기록이 나온다. 대궐에까지 진상했던 상주 곶감의 명성을 이처럼 문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은행나무보다 감나무가 더 흔한 고장. 700년 동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명물 감나무부터 열 살짜리 젖먹이까지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 전국 최대의 곶감 생산량을 자랑하는 감의 고장 상주. 감나무가 지천으로 널린 그곳에는 주홍빛 감들이 바람과 태양의 힘을 받아 곶감으로 거듭나고 있다.


 

비옥한 토양에서 달디 단 감이 열린다


 

낙동강 유역의 기름진 황토의 수혜를 받은 상주 곶감은 전국 곶감 생산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런 대한민국 대표 곶감을 만든 일등공신은 바로 빛과 온도. 일조량이 좋은 상주는 과육이 영그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가졌다. 감을 따는 수확기에도 비나 안개의 방해를 받지 않는다. 수확기는 물론 겨울철에도 일교차가 커 감이 마르는 과정에서 당분 이동이 활발히 이루어지므로 자연스레 달고 맛있는 곶감이 탄생한다.


 

무엇보다 상주 곶감의 명성을 일궈낸 건 바로 품종. 감은 둥시, 반시, 고종시 등 다양한 품종이 있는데, 품종에 따라 단감, 홍시, 곶감 등 먹는 방법이 달라진다. 즉 품종에 따라 최고의 맛을 느낄 수 있도록 각각 다르게 재배하고 수확한다. 타원형을 띠는 둥시는 상주 지방이 주산지로 수분 함량이 적어서 말렸을 때 가장 맛있다. 또한 당도가 높고 쫄깃쫄깃해 곶감으로 만들면 최고. 모양이 편편한 반시나 대봉시는 홍시를 만들어 먹으면 제 맛이 난다.


 

곶감 전용 품종인 둥시가 대부분인지라 상주는 일 년 중 가을부터 겨울까지 가장 바쁘다. 보통 15년 된 감나무가 2천여 개의 열매를 맺는데, 상주에서 생산되는 곶감만 한 해 2억여 개 정도라니 겨우내 감벼락을 맞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태풍 피해 한 번 없었던 지난해, 300년 된 감나무에도 감이 빼곡하게 달렸다. 풍요로운 결실 덕에 상주에 사는 모든 아낙들이 감을 깎았다. 평년을 훨씬 웃도는 생산량 때문에 미처 따지 못한 감도 많단다. 감이 하도 많이 열려 이걸 다 따자면 인건비도 안 나오겠다는 행복한 비명(?)도 들려온다.


 

전국 최대의 곶감 생산량을 자랑하는 감의 고장. 700년 동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명물 감나무부터 열 살짜리 젖먹이 감나무까지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 은행나무보다 감나무가 더 흔한 상주. 감나무가 지천으로 널린 그곳에는 주홍빛 감들이 바람과 태양의 힘을 받아 곶감으로 거듭나고 있다.


 

1 한두 개쯤 까치밥으로 남겨두는 우리네 넉넉한 인심은 감을 팔아 생활하는 상주에서도 여전하다.
2 좁다란 동네 어귀에서도 쉽게 감나무를 만날 수 있다.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에는 아직도 감이 달려 있다.


 

3 감 풍년을 이룬 지난해의 모습. 과욕을 부리면 안 된다는 뜻이라도 담긴 것일까, 감이 가득 열린 대신 크기가 작다. 
4 집집마다 처마 끝에 매달려 있는 곶감. 추위 속에서 제 몸의 수분을 모두 발산한다.
5 말랑말랑한 홍시, 겉만 꾸덕꾸덕 말린 반건시로 1월 내내 감 간식이 넘쳐난다.


 

박경화(상주곶감발전연합회 회장)씨가 알려준 맛있는 곶감 고르는 법


 

곶감은 판매되는 순간에도 계속 숙성이 진행되면서 당분이 바깥으로 빠져나온다. 따라서 하얀 분이 뽀얗게 나와 있는 것이 부드럽고 맛있다. 꼭지 부분에서 과육이 아래로 쭉 빠진 것 같은 형태를 띠면 충분히 익었다는 증거. 겉에서 봤을 때 검은빛이 도는 것은 건조되는 과정에서 변성이 생겨 곰팡이가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손으로 만져봐서 지나치게 무르거나 딱딱한 것은 피한다. 반으로 쪼갰을 때 짙은 어두운 주홍빛을 띠는 것이 당도가 높다.

part 2 첨단과학으로 만들어지다 꾸덕꾸덕 곶감이 영그는 서곡동 작업장


매년 10월 20일이면 감 농가들은 반자동기계로 조기 수확한 감의 껍질을 벗겨낸다. 박피와 건조가 이뤄지는 시기는 불과 20일 내외. 껍질을 벗겨낸 감은 감꼭지에 실을 꿴 다음 주렁주렁 늘어뜨려 말린다. 보통 크기의 감은 200g 정도. 하지만 말리는 동안 몸에 있는 수분이 70% 가까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완성된 곶감은 50g밖에 나가지 않는다. 대신 곶감을 말리는 동안 타닌 성분이 불용성으로 변화되면서 떫은맛이 단맛으로 변한다. 곶감 겉면의 하얀 분은 외부의 충격으로 과육 속 당분이 빠져나온 것이다. 고당도인 딸기나 수박도 당도 15브릭스를 넘기 힘든데 곶감의 당도는 무려 35브릭스에 이른다. 이같은 단맛 덕분에 영하 25℃에 냉동 보관을 해도 얼지 않고, 반건시의 경우 상온에 꺼내두면 3분 내에 먹을 수 있을 정도.


상주 어딜 가나 집집마다 감을 내다 말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상주 곶감의 명성에 걸맞게 15년 전부터 품질을 최상으로 높이려는 노력이 거듭되고 있다. 얼마 전부터는 감나무도 과원을 조성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고, 말리는 기술 또한 더 정교해지고 있다. 상주곶감발전위원회 박광운씨는 “제가 어렸을 때는 가을이면 싸리나무를 꺾어다 연필처럼 껍질을 깎아두었어요. 껍질 벗긴 감을 싸리 꼬치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10개씩 꽂았지요. 서까래에 새끼줄을 양쪽으로 내린 다음 싸리 꼬치를 가로로 칸칸이 고정시켜 감을 말렸어요.”하고 이야기한다. 바람과 빛의 풍화작용에 따라 자연스럽게 감이 마르도록 하는 전통적인 방법이다.


과학이 빚어낸 천년 고수, 명품 곶감


전국 곳곳은 물론 해외로까지 수출되는 상주 곶감은 이제 더욱 과학적으로 만들어진다. 통풍 시설을 갖춘 대형 건조장에서 적정습도 50%이하, 온도는 영상을 유지하며 철저히 관리된다. 무엇보다 감꼭지에 실을 꿰어 매달던 전통 방식도 새로운 기술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동안 자연 건조되는 과정에서 실과 실 사이에 곰팡이가 생기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온습도를 맞추지 않으면 곰팡이가 피고 속이 까매져 상품성을 잃게 된다. 또한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곶감 박피와 건조 과정에서 위생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원형 고리에 감을 꿰어 낙과 없이 곶감을 만들어낸다. 곶감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도전은 명품 곶감이라는 자부심과 사랑으로 이어진다.


완전 건조된 곶감에 이어 요즘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반건시도 이런 노력으로 탄생한 제품. 보통 곶감은 50일 정도 건조된 상태. 하지만 20일 정도만 말리면 겉은 쫀득하고 안은 말랑한 반건시가 된다. 겉은 곶감, 속은 홍시의 맛에 가까워 인기가 좋다. 충격을 받으면 금세 하얀 분이 생기는 바람에 소포장 등 다양한 포장기술 개발로 품질을 높이고 있다. 아울러 상주 곶감과 타 지역 곶감과 차별을 두기 위해 지리적 표시제로 산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노력도 함께 기울인다. 믿고 먹을 수 있는 최고 품질의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온전히 전달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천년의 명성을 이어가는 원동력이다.


감꼭지에 실을 꿰어 매달던 전통 방식도 새로운 기술력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동안 자연 건조되는 과정에서 실과 실 사이에 곰팡이가 생기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온습도를 맞추지 않으면 곰팡이가 피고 속이 까매져 상품성을 잃게 된다.


1 껍질을 벗기고 20일 정도 건조시키면 겉은 쫀득하고 속은 말랑한 반건시를 맛볼 수 있다.
2 꼭지 기준으로 과육이 아래로 타원형으로 처지는 것이 잘 익은 곶감이다.
3 박피 후에도 감은 하루가 다르게 익어간다. 충분히 당화과정을 거쳐야 달콤한 제 맛을 낼 수 있다.


4 사람 손만 닿아도 꽉 찬 당분을 밖으로 발산해버리는 곶감. 요즘은 칸칸 포장으로 신선도를 높인다.
5 상주시민이라면 겨울이 한가로울 수 없다. 곶감을 말리고 손질하느라 동네 사람들이 총동원된다.
6 건조 과정에서 생긴 불순물을 살살 털어낸 다음 상품화 과정을 거친다.

part 3 상주에서 배웠다! 곶감요리 레시피


쫀득쫀득한 천연 간식 곶감. 꼭지만 떼어내고 꼭꼭 씹어 먹으면 입 안 가득 달콤함이 퍼져나간다. 냉동 보관하면 일 년 내내 즐길 수 있는 곶감으로 별미 간식을 만들어도 좋다.


곶감쌈


●재료 반건시·호두 10개씩


●만드는 법


1 곶감은 꼭지를 떼어내고 속에서 씨를 빼낸다.
2 씨를 빼낸 부분에 호두 한 개를 통째로 넣은 다음 호두와 곶감이 잘 엉키게 만져준다.
3 ②의 곶감을 하나씩 랩에 싸 둥글게 모양을 잡는다.
4 하루 정도 냉동실에 두었다 0.5~1㎝ 두께로 썰어 담는다.


cooking tips  곶감쌈은 만든 직후 썰면 모양이 풀어져 망가지기 십상. 냉동실에 두었다 살짝 언 상태에서 칼로 썰면 썰기도 쉽고 모양도 예쁘다.


조상희 씨가 알려준 요리용 곶감 고르는 법


곶감요리를 할 때는 용도에 따라 곶감을 골라 써야 한다. 수정과는 작은 것으로 고르는데, 꼬치에 꿰지 않고 하나씩 잘 마른 것이 좋다. 곶감쌈에 쓸 곶감은 너무 크지 않은 것으로 고르도록. 반건시나 완전히 마르지 않은 곶감은 호두나 깨강정 말이용으로 적당하다.

곶감깨말이


 

●재료 곶감(말랑말랑한 것) 10개, 검은깨 2컵, 물엿·흑설탕 6큰술씩


 

●만드는 법


 

1 곶감은 한쪽만 칼집을 내 씨를 뺀다. 씨를 뺀 곶감은 넓적하게 편다.
2 달군 팬에 검은깨를 볶는다. 냄비에 물엿과 흑설탕을 넣고 잘 저어가며 바글바글 끓여 시럽을 만든다.
3 시럽에 볶은 깨를 넣고 끓인 다음 곶감과 같은 길이로 밀대로 민다.
4 펴놓은 곶감 위에 ③을 얹고 돌돌 말아 굳기 전에 썰어놓는다.


 

cooking tips  깨말이를 할 때는 물기가 너무 많은 곶감보다 말랑말랑하면서도 어느 정도 마른 곶감을 이용해야 맛이 쫀득하다.


 

인삼정과


 

●재료 곶감 5개, 수삼·미삼 3뿌리씩, 설탕 750g, 물엿 3큰술, 꿀 1큰술, 물 적당량(4ℓ)


 

●만드는 법


 

1 수삼은 깨끗이 다듬어 편으로 썰고 미삼도 다듬어 함께 삶는다.
2 수삼 삶은 물에 물엿, 설탕, 수삼을 넣고 센 불로 뚜껑을 연 채 거품을 걷어가며 조리다가 불을 점점 약하게 줄인다.
3 거의 조려지면 꿀을 넣고 좀 더 끓이다가 건더기를 체에 건져 식힌다.
4 수삼과 곶감은 같은 크기로 잘라 ④에 붙이고 미삼으로 수를 놓아 장식한 뒤 먹기 좋게 자른다.


 

cooking tips  여름철에는 인삼이 수분을 많이 머금고 있기 때문에 물을 넣지 않아도 된다. 겨울에는 물 1컵으로 농도 조절을 하도록.

수정과


 

●재료 곶감 8개, 흑설탕 1컵, 계피·생강 100g씩, 물 4ℓ, 통후추 1큰술 반, 잣 약간


 

●만드는 법


 

1 계피는 솔로 씻어 알맞게 자르고 생강은 껍질을 벗긴 뒤 편으로 썬다.
2 냄비에 물을 붓고 계피와 통후추를 넣고 끓인다. 팔팔 끓으면 불을 줄이고 40분간 끓여서 면포로 거른다.
3 생강도 ②와 같은 방법으로 끓인 다음 면포로 거른다.
4 계피물과 생강물을 냄비에 담고 설탕을 넣어 다시 끓인다.
5 냉장고에서 식힌 다음 곶감과 잣을 올려 낸다.


 

cooking tips  계피와 생강의 톡 쏘는 맛을 살리려면 번거롭더라도 따로따로 끓인 뒤 섞는다. 또한 식성에 따라 설탕 농도를 달리하는데, 한 김 식힌 후 간을 보는 것이 정확하다.


 

종합 비타민제, 곶감


 

많이 먹으면 변비에 걸릴 수 있는 곶감. 하지만 타닌 성분이 많은 심지 부분을 도려내면 큰 문제가 없다. 감은 사과보다 비타민 C를 5배 이상 함유한 과일로 떫은맛을 내는 타닌 성분은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는 효능도 있다. 또 말리는 과정에서 타닌 성분이 불용성으로 바뀌면서 비타민 A의 함량이 16배나 많아진다. 비타민 A와 C는 물론 에너지 효율이 좋은 과당이 풍부해 체내 노폐물 배출을 돕고 엽산이 풍부해 임신부나 회식이 잦은 남편에게도 효과 만점이다.


/ 여성조선
  진행 이미종 기자 | 사진 박종혁
  협조 상주곶감명가(054-534-7273 www.mgfood.net)
  요리 조상희(상주한과, 054-533-87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