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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on sense/Love sense

향수에 얽힌 진실 혹은 거짓

by lisa311 2012. 12. 10.

문화는 잘 씻지 않는 습관 때문에 정착되었다?

향수 종류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오 드 코롱이나 오 드 투왈렛, 아니면 오 드 퍼퓸과 같은 용어들을 사용한다. 여기에서 오(Eau)는 불어로 물이란 뜻이 있다. 향수 용어로 사용되는 바람에 향수 이름에도 사용되면서(로 파 겐조나 로디세이처럼) 단어에 ‘향수’의 의미도 간접적으로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드(de)는 ‘~의’ 란 뜻을 지니고 있으며 코롱(cologne)은 독일 쾰른(cologne)이란 도시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 이 마을에 향수 회사를 설립하고 만든 향수(최초의 현대적인 의미의 향수라고도 한다) ‘오 드 코롱’때문에 사용되게 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오 드 코롱’이란 용어 자체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셈이다. 향이 강하지 않고 옅게 사용되어 부담 없이 쓸 수 있었던 당시 ‘오 드 코롱’의 특징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향수들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퍼퓸’은 물론 향수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원래 의미는 향료를 불에 태웠을 때 나는 연기를 의미하는 단어로 인류 최초로 향료를 사용하게 된 의도가 그대로 담겨 있는 단어라고 할 수 있다.

 


최초의 현대적인 향수라고 일컬어지는 오 드 코롱

 

그럼 마지막으로 ‘투왈렛(toilette)’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오늘 밝혀내야 할 향수에 얽힌 진실 혹은 거짓과 관련된 단어라고도 볼 수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투왈렛은 ‘화장대’, ‘화장하다’라는 뜻이 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화장실’이란 별로 향기롭지 못한 의미도 또한 지니고 있다. 화장실이란 의미로 해석하자면 ‘오 드 투왈렛’은 ‘화장실 물’정도로 번역이 될 텐데 이건 아무리 봐도 향수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그럼 ‘투왈렛’은 화장이란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그럼 ‘오 드 투왈렛’은 ‘화장용 물’ 정도가 될 것 같다.

 


1660년에 그려진 투왈렛 장면 그림

 

과거 역사를 뒤적여 보아도 역시 투왈렛은 그런 의미로 쓰였다. 투왈렛이란 단어는 대략 1680년 정도부터 쓰이기 시작한 단어라고 한다. 역시 위에서 유추한 대로 몸단장을 의미하는 단어였다. 원래 의미는 ‘작은 천 조각’이란 뜻이라고 한다. 손수건 한 장을 깔고 그 위에 화장용 도구들을 늘어놓고(그러니 특별한 장소가 필요치 않았다) 화장을 했기 때문에 이후로 화장을 의미하는 단어로 굳혀졌단다. 이후로 화장 문화가 정착되면서 더 이상 손수건 한 장만으로는 부족하게 된다.

 


이때가 태양왕 루이 14세가 베르사유 궁전을 만들고 이곳을 중심으로 온갖 사치스러운 문화를, 그러니까 프랑스 파리를 대표할 만한 문화들을 만들어가던 시기였다. 당연히 화장 문화도 사치스러운 문화에 포함될 수 있을 테고 투왈렛도 이때 만들어져 주로 귀족들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갔다. 어쩌면 당연한 일로 평민들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태양왕의 손자인 루이 16세 시절 프랑스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농민들이 내야 했던 세금이 자그마치 벌어들이는 수입에 80%에 달할 정도였다고 하니 언감생심 농민들이 꿈꿀 일은 아니었다.

 


투왈렛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은 실로 막대했다고 한다. 남자와 여자 귀족들을 가리지 않고 하루에 세 번 치장을 했으며 한번 하는 데에 세 시간이 걸렸다는 기록도 있을 정도다(요즘도 그런가?).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용 공간이 필요하게 되었다. 작은 손수건이 전용 화장대로 변신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방이 필요하게 되었다. 그리고 스스로 몸을 만지는 의미를 넘어서 일종의 교제 수단으로 바뀌면서 그 규모는 점점 더 커졌다.

 


사치스러운 투왈렛 장면을 그린 그림 (1742년)



온통 일본 풍으로 꾸며놓은 투왈렛 방

 

아니 더 사치스러워졌다. 자신의 재력과 취향을 과시하기 위해서 말이다. 가장 비싼 화장대에 역시 그만큼 비싼 화려한 거울, 갖가지 향수병과 포마드로 장식을 하거나, 심지어 물 건너온 일본식 장식장과 병풍, 시계와 은제품들로 방안을 가득 채우고는 사람들을 초대해서는 과시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화장을 할 때만큼은 편한 옷을(몸이 드러나는 얇은 옷을) 입기 때문에 은밀한 연애의 장소로도 적극 활용되었다고 한다. 아래 판화에서 볼 수 있듯이 연인을 투왈렛 장소로 몰래 불러들이고 있다.

 


투왈렛을 하면서 은밀한 연애를 즐기고 있다.


그럼 ‘오 드 투왈렛’은 ‘몸 단장을 위한 물’정도의 의미와 함께 ‘대단히 사치스러운 물’정도의 또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이는 사실에 가깝다. 실제로 투왈렛을 하면서 귀족들은 물을 거의 잘 쓰지 않았다고 한다. 쉽게 이야기해서 잘 씻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을 묻혀 얼굴과 손을 조금 닦고 발을 닦는 정도였다고나 할까. 귀족들 조차도 목욕하는 것을 지극히 꺼려했다고 한다. 심지어 목욕하는 행위를 죄악시 할 정도였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이는 루이 14세, 왕조차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베르사유 궁전에는 화장실만큼이나 욕조를 찾아보기 힘들었단다. 궁전에 늘 상주하던 많은 귀족들 조차도 대충 정원 어디 구석에서 볼일을 보는데다가 마치 연례행사처럼 잘 씻지도 않았으니 냄새가 오죽했겠는가! 그래서 투왈렛을 하면서 물 대신 쓸 수 있는 물이 필요했었던 셈이다. 향기가 나는 물. 몸에 나는 냄새를 적절하게 가려줄 수 있는 물. 바로 ‘오 드 투왈렛’이 말이다.


이러했으니, 그러니까 씻는 것을 싫어했으니(옷도 잘 빨지 않았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향수 문화가 폭넓게 발전할 수뿐이 없지 않았을까라는 이야기도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아닌 듯싶다. 물론 이와 더불어 모든 사치스러운 것을 좋아했었던 루이 14세의 향수사랑 취향도 한몫을 단단히 했다.
그러고 보니 ‘오 드 투왈렛’을 ‘화장실 물’로 봐도 크게 잘못된 것 같지도 않다. 몸에 나는 꾸리한 X냄새를 씻어내는 물 말이다. 그리고 덕분에, 그러니까 목욕을 극도로 싫어했던 프랑스 귀족들과 별난 왕 루이14세 덕분에 나 같은 사람도 먹고 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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