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ciety Culture/Hot issue

인천공항 “ 엠폭스 새로운 방역 과제”

by lisa311 2023. 5. 8.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검역소 방문
검역관 168명 검역대 14곳서 감염병 해외유입 차단 역할
“엠폭스는 검역과정서 발견 어려워...자진신고 필수”

 

“공항 검역소에서 검역관으로 5년 넘게 일하면서 다양한 감염병을 접했지만

엠폭스(옛 원숭이두창)는 정말 판별하기가 어려운 감염병입니다.”

 

 

이달 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만난 검역관 이모씨는 “엠폭스는 성관계 등 밀접접촉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의심증상이 있는 사람들도 공항에서 사실대로 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검역관은 “발진도 육안으로는 구별이 어렵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인천공항검역소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모든 승객과 항공 종사자,

여객기, 화물기 등에 대한 검역을 맡고 있다.

 

지난 2001년 3월 설치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에볼라바이러스, 코로나19, 엠폭스 같은 감염병의 국내 유입을 막고 있다. 질병청은 2020년 코로나19 이후로 검역조사, 선별진료, 시설격리, 진단검사를 검역소에서 한번에 실시하고 지역 보건소와 연계하는 검역 체계를 구축했다.

 

 

이날 오후 1시 17분쯤 일본 나고야에서 출발한 아시아나 항공(OZ121) 여객기가 승객 167명을 태우고 제1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승객들은 18번 게이트에 내려 터미널 3번의 고정검역대로 걸어 나왔다.

터미널의 고정검역대는 1선과 2선 검역대로 나뉜다.

1선 검역대는 검역정보사전입력시스템(Q코드)과 건강상태 질문서 서류를 확인하는 줄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평일 오후 한산하던 검역대는 도착한 지 10분도 안돼 승객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탑승객들은 각자 스마트폰을 꺼내 미리 발급받아 놓은 Q코드를 찍었다.

검역관 4명은 모니터에 나온 여권과 대조해 인적사항, 입국 편명, 주소, 전화번호 등을 확인한 뒤

검역대에 달린 열상카메라로 승객의 체온을 측정했다.

승객 한 명이 이곳 1선 검역대를 통과하는 데 불과 1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처음 도입된 Q코드는

입국 전에 여권, 항공권, 출발 48시간 안에 검사한 유전자증폭(PCR) 음성확인서와 건강상태 정보를 입력하면 발급된다.

기존에는 해외에서 입국할 때 PCR 음성확인서와 백신 접종증명서, 격리면제서, 건강상태질문서 등 검역서류를 일일이

확인해야 했지만, 이제는 QR코드로 감염병 감염 이력과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PCR 음성확인서는 중국에서 입국하는 탑승객에게 필수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Q코드는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국정과제로 제시한 감염병 대응 체계 고도화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인천을 시작으로 김해·대구·김포·제주·청주·무안·양양 등 전국 8개 국제공항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축소됐던 국제선 항공편이 지난해 6월부터 정상화하면서 여행객이 크게 늘었지만 Q코드로 검역 시간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여 입국 혼잡도를 크게 낮췄다.

 

이날 만난 한 검역관은 “코로나19 전에는 승객들의 건강상태를 일일이 물어보고 서류를 확인하는 데 한 명당 5분씩, 비행기 한 대당 거의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며 “이제 Q코드를 미리 받은 승객들은 걷는 속도 수준으로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1선 검역대’에서 증상이 있는 감염 의심자가 발견되면 곧바로 2선 검역대로 이동해 추가 역학조사를 진행한다.

역학조사에서 의심환자로 분류되면 검역관은 즉시 기내 밀접 접촉자를 파악하고 환자들을 국가격리병상으로 이송한다.

2011년 11월 검역소 안에 건립된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는 내·외국인 입국자 중 감염 환자에 대한 검사·격리 조치를 진행하고 수도권 내 의료시설로 인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날 도착한 OZ121편 승객 중 유증상자는 다행히 나오지 않았다.

20분 만에 검역대를 통과한 이들은 입국 검사대로 향했다.

 

질병청은 이날 모의 검역대를 마련하고 국내 언론에 역학 조사 과정을 소개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지영미 질병청장도 일일 검역관으로 참여해 가상의 입국자를 맞았다.

현장 경험이 많은 검역관들이 승객 역할을 맡아 코로나19, 엠폭스 등 주요 검염감역병 유증상자 발생 상황을 재연했다.

지 청장은 체온 측정, Q코드 입력 내용을 확인하는 검역조사와 역학조사, 환자이송 등 검역 과정을 체험했다.

 

 

선 검역대에서 발열과 발진, 근육통 등 증상이 발견된 승객은 2선 검역대로 이동해 추가 역학 조사를 받는다.

2선 검역대에 옮겨진 유증상자는 먼저 고막 체온을 측정한 뒤 검역관의 추가 질의에 답을 해야 한다.

질문지에는 엠폭스 환자와의 성접촉·성행위 여부, 피부 발진 환자와의 접촉·생활 여부, 발진 증상과 피부 통증 여부 등를 포함하고 있다.

 

검역관들에 따르면 대다수 유증상 환자들은 자신의 성생활까지 솔직하게 답하는 경우는 드물다.

승객 역할을 맡은 한 검역관은 “아무리 상황극이라고 해도 직접 성 생활을 물어보면 검역관도 답하기 쉽지 않다”며

“이런 질문만으로 의심환자를 골라내기는 어렵고 결국 자진신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해외에서 입국한 국내 첫 엠폭스 확진자도 이곳 검역대를 거쳤다.

그는 자진신고를 통해 2선 검역대에서 곧바로 인천의료원으로 이송했다.

이승은 인천공항검역소 검역1과장은 “지난해 6월에 나온 첫 번째 확진자는 검역관들이 유증상자로 분류해 자진신고로 국가격리시설로 옮겨져 검사와 격리가 이뤄졌다”며 “이후 잠잠하다가 최근 들어 엠폭스 의심환자는 이틀에 1명 꼴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 번째 확진자 이후로 검역소에서 분류된 유증상자 중 양성 판정을 받은 승객은 없다.

 

엠폭스 의심환자는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로 옮겨져 격리되지만 검사·진단 시스템은 갖추고 있지 않아 수도권 의료시설로 이동해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지 청장은 “현재 코로나19에 이어 엠폭스까지 퍼지면서 검역관들의 노고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앞으로도 검역 체계를 강화해 감염병 해외유입의 최일선에서 방파제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