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우연한 사실, 창조적 발상, 믿으려는 의지,
이 세 가지 요소에 의해 가짜 현실이 만들어지고 거기에 본능적으로 격렬히 반응한다.
ㅡ 월터 리프먼의 『여론』 중
필자는 위의 인용문을 떠올릴 때마다 지난 대선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박왕자씨 저격사건과 천안함 폭침이라는 예상치 못한 사실, 조준사격과 인간어뢰 등 온갖 창조적 상상들,
국방부와 집권 세력의 주장을 믿으려는 의지가 허구를 만들어 현실을 대체해 버렸다.
허구는 현실보다 감각을 자극하기에 현실보다 더욱 강력한 반응을 불러온다.
이로써 특정 사람들에게는 현실보다 허구가 더욱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됐다.
그들의 상상력은 팩트를 새롭게 구성했고, 허술한 구조는 믿으려는 의지에 의해 현실보다 더 현실다웠다.
사실에 대한 참은 그들만의 것이었고 책임지지 않는 폭력성은 광기를 띠었다.
국정원 커넥션이 노렸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뉴스원 기사캡처
▲ 공격의 첨병들을 키워서 극우의 공간을 만들다
민주화에 대한 피로가 완연한 상황에서, 종북몰이와 공안정국 조성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 국정원이 음지에서 양지의 사람들을 향해 은밀하지만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작전에 돌입했다. 그들이 움직였을 때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고,
그 때부터 사이버 세상에도 허구의 공간이 창출됐고 독무처럼 언어폭력과 사실왜곡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언어 선택과 사실 왜곡이 선정적이고 폭력적일수록 탈출구가 필요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절제되지 않은 감정의 배설이란 인터넷의 익명성과 빛의 속도를 타고 소프트 파시즘을 퍼뜨렸다. 사이버 세상의 네트워크적 특성은 누구나 갖고 있는 공격적 본능을 드러내는 최적의 장으로 변질되기 시작했고, 스크린 너머의 국정원 직원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국정원은 목표대상에 대한 데이터도 충분했고 정보 활용 능력도 탁월했으며,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고도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에 배후 세력으로서는 안성맞춤이었다. 민주화세대에 대한 불만과 정치인 혐오현상이 심하고, 외국노동자 및 여성인력에 대한 적개심이 강한 네티즌들은 왜곡된 정보와 편향된 사실에 열광적으로 달려들었다.
▲ 사이버 파시스트 전사의 탄생
허구와 폭력에 중독된 네티즌들은 압도적 숫자의 열세라는 면에서 더욱 폐쇄성을 띠면서도 공격성은 폭증했다.
허구에 대한 강한 신념과 재미있는 놀이에 익숙한 자유방임적 폭력성은 평등과 복지에 대한 경멸과 외노자 및 여성, 어린이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적 언어폭력과 현실 세계에서의 변태적 인증행위로 변질되기 일쑤였다.
이렇게 넘지 못할 선이 없으며, 파괴할 수 없는 금기가 사라짐에 따라 이들의 인식과 심리는 갈수록 폭력성을 띠면서 극우화됐다. 사이버 세계의 파시스트로 변질된 이들은 국정원이 목표한대로 종북 척결이라는 공통 인식에 동기화됨으로써 차세대 어버이연합 같은 극우단체의 영순위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국정원의 1차 목표가 훌륭히 달성됐다. 먹이를 던져주지 않아도 그들은 허구에 대한 믿음과 공고해진 적개심을 근거로
폭력적 왜곡을 확대재생산해내며 스스로 강화돼 갔다.
계몽적 정의에 대한 증오와 종북 프레임에 갇혀 책임지지 않는 일탈과 폭력을 먹고 사는 괴물의 등장,
사이버 파시스트 전사의 탄생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다음 아고라 정치방 화면 캡처
▲ 혼탁해지는 사이버 공간
괴물이자 사이버 파시스트 전사로 키운 오유와 일베 회원들이면 충분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의 SNS에서도 이들이면 충분했다. 1초에 수백 개의 리트윗이 달리고, 100여개의 계정에서 동시에 진행되니 수백만 건에 이르는 리트윗이 빛의 속도로 SNS를 점령해 버린다. 오유와 일베에 의해 혼탁해진 대형 포털과 커뮤니티를 넘어
SNS까지 파시즘의 악령으로 넘쳐난다.
게다가 이런 언어폭력과 사실 왜곡에 일정액의 알바비용까지 지불된다. 폭력이 놀이에 접목된 것을 넘어 삶의 수단으로 자리 잡는다. 괴물이 된 사이버 파시스트 전사들은 국정원의 용병으로, 극우적 집단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싸움의 장을 넓혀간다. 어느 사이트나 커뮤니티를 가던 이들의 흔적이 발견되고, 그렇게 사이버 세상은 극도로 혼탁해진다.
절제되지 않은 감정의 배설이 폭력적 언어와 자극적 패러디, 구역질나는 게임으로 올라오는 곳에서 민주적인 공론의 장이란 형성될 수 없다. 언론의 사명인 권력 감시와 탐사 저널리즘을 잃어버린 주류 매체의 포획에서 벗어나 사이버 세상으로 왔건만, 육두문자와 사실 왜곡, 편견과 멸시, 증오와 분노가 용광로처럼 들끓고 있는 곳에서 민주주의란 지독히 불편하고 어리석고 시끄러운 신념에 불과하다.
▲ 사이버 세상의 영향력 실종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통 우익의 정치 전략이 마침내 보편화된다.
민주주의 공론장으로서의 인터넷이 극도의 혼탁으로 인해서 정치적 영향력이 급속도로 떨어진다.
작고 낮은 사람들이 서로 기대어 연대하는 사이버 공간이 물리적 청소가 필요한 갈등과 분열의 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민주적 토론과 날것 그대로의 정보가 사라진 인터넷이란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평등한 공론장으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린다.
평등에 기초한 자유, 자유가 촉진하는 소통의 활성화, 그곳에서 나오는 민주적 합의와 채색되지 않은 여론의 형성이라는 인터넷의 가치가 정치의 영역에서 이탈해버린다.
불의한 권력은 현실과 사이버 공간 모두에서 암적인 존재로 영원히 활동할 것이다.
진보든 보수든, 주류든 비주류든 권력을 잡는 순간 특권층으로 변질되기 일쑤다.
현대의 민주주의는 너무나 허점이 많아서 그것을 무엇으로 채우느냐에 따라서 세상은 지옥이 될 수도, 천국이 될 수도 있다.
선택은 늘 우리에게 달려 있고, 민주주의는 참여하고 행동하는 만큼만 좋아진다.
국정원 사태의 본질은 바로 이것이며, 본질적으로 현재진행형이며, 그래서 깨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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